고지연 가야금 프로젝트 <진동>-장영규, 고지연의 작업노트

작곡가 영규를 처음 만난 것은 1997년경이다. 당시 홍대 앞의 공스튜디오에 녹음작업을 하기 위해 갔다가 어어부의 다른 멤버 백현진과 함께 온 놀러 온 장영규를 처음 만났고 얼마 후 어어부 2집에 실릴 ‘5촉 전구라는 곡에 가야금 연주를 녹음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난 뒤의 그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5
촉 전구에서 나로 하여금 난생 처음 즉흥연주를 하게 만든(나는 그 전까지 즉흥연주나 작곡 비슷한 개념의 행위를 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해보고 싶은 생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장영규의 가야금에 대한 상상력을 나름 또한 상상해보며 1999년에 가야금 앙상블 사계의 창단연주회 곡을 위촉하였고(‘하루’), 그 후 사계에서의 여러 작업(‘좁은 보폭으로 걷다’, ‘나비의 꿈’, ‘새타령’), 현대무용가 안은미와의 여러 작업(‘서울빙빙’, ‘Please Touch Me’, ‘신춘향’, ‘바리’, ‘Please Catch Me’), 나의 솔로작업(‘강태홍류 가야금 산조의 변형된 형태’, ‘기포’), 장영규의 연극, 영화 등 여러  작업(‘황성의 적’, ‘주운 고아’, ‘담연’, ‘A Number’, ‘앞산전)에서 만나오며, 2008년부터는 국악기 위주의 동시대적 소통의 음악을 만드는 비빙이라는 음악 그룹 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다
.

장영규
와 그 간 작업해 온 방식은 다음과 같다.
오선보로 작곡한 음악을 연주하기(‘좁은 보폭으로 걷다’, ‘황성의 적’, ‘나비의 꿈’), 미리 녹음한 음원을 들으며 즉흥연주로 더빙하기(‘5촉 전구’), 큰 얼개로 구성한 음악을 작곡가와 연주가가 만난 현장에서 완성하기(‘하루’, ‘새타령’), 전통음악연주를 전자적으로 가공하고 편집하여 구성하기(‘강태홍류 가야금 산조의 변형된 형태’),  가야금 즉흥연주를 녹음하여 편집 구성하여 만든 음원을 들으며 다시 즉흥연주하기(‘플리즈 터치 미’, ‘신춘향’)등이다
.’
(-2007
고지연 가야금 프로젝트 <기포> 팜플렛에 실린 작업노트 중에서
-)

장영규
는 베이스주자이기도 하다. 베이스는 가야금과 같은 현악기군이지만 베이스는 류트류의 악기이고 가야금은 지더류의 악기이다. 같지만 다르다는 사실!
베이스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질감을 가진 가야금을 이해하는 그의 폭이, 표현하는 그의 폭이 그래서 더욱 넓다고 여겨진다. 기발하고 엉뚱하고 친근하고 기괴한그것들이 가야금 위에서 지속적으로 순환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국악계밖에 있는 음악가인 장영규, 국악
·국악기·국악에 내재된 요소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호기심과 실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언젠가 내가 무엇인가를 물을 때마다 그에게서 반복되고 있는 답변이 두 가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
중요하지 않아요(혹은 중요해요)”, “재미없어요(혹은 재미있어요)”.
중요과 재미, 이것이 실마리가 아닐까 하고 혼자 조심스레 짐작해 보는 중이다
.

본 공연에서 추가된 새로운 방식의 작업형태가 있는데 그것은 채보이다
.
나의 즉흥연주를 녹음한 뒤 장영규가 그 연주를 바탕으로 곡을 구성해서 완성한 음원을 들으며 내가 다시 채보하여 여러 가지 악기편성의 실연이 가능하도록 성부를 분배하고 조합하여 새롭게 다시 구성하고 그 위에 또 다시 즉흥연주를 덧입히는 작업의 작업형태이다.

이 일련의 사태들이 내게도 역시 중요하고 재미있다
.
옛날에 있던 꼬물꼬물한 그 어떠한 것들이, 요새 세상에서나 존재할 법한 장비들과 그 장비들을 연주해 내는 장영규의 실험정신과 정성을 천혜받아 이상하게 되살아나고 있지 싶다
.
이 과정은, 심히 들여다 보고
즐길 만 하다
. ('심히'라는 표현이 포함되는 것은 즐기겠다고 맘먹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인내의 경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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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jiyeon | 2009/09/18 13:12 | 작업 노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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